특수직업 탐구

특수직업 탐구 :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이 말하는 고기 유통의 비밀

h-jindong 2025. 8. 5. 11:30

냉장고 뒤편의 세계, 특수직업으로서 정육점 운영자의 일상과 유통 시스템

정육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유통의 세계가 존재한다. 특히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은 단순히 고기를 자르고 판매하는 사람을 넘어, 도축 일정, 도매 유통, 원산지 관리, 냉장·냉동 보관, 고객 응대까지 모두 책임지는 특수직업이다.

 

특수직업으로서 정육점 운영자

 

프랜차이즈 매장이나 대형마트와는 달리, 재래시장 정육점은 수익의 변동 폭이 크고 유통 구조도 훨씬 복잡하다. 이들은 매일 새벽 축산물 공판장이나 도매시장에 나가 고기를 선점하고, 하루 수백 kg의 정육을 손질하며, 가격 변동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고기의 신선도, 육질, 수급 루트는 이들의 생존을 좌우하며, 그 속에는 일반 소비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유통의 비밀이 숨어 있다. 본 글에서는 특수직업으로서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이 실제로 어떤 일상을 보내며, 어떻게 고기를 들여오고 팔고, 이윤을 남기며, 어떤 고충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지를 인터뷰와 사례 중심으로 자세히 조명한다.

 

 

특수직업으로서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의 하루 일과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사장은 인천 부근의 축산물 공판장으로 이동해 도축이 끝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차 유통 고기’를 직접 확인한다. 고기의 색깔, 육질, 지방 분포, 냉장 상태를 눈으로 판단한 후, 경쟁 도매상들과 함께 경매에 참여하거나 사전 계약된 물량을 수령한다. 이때 이미 하루 장사의 70%가 결정된다고 사장은 말한다. 이처럼 직접 유통 현장에 뛰어들어야 하며, 눈썰미와 빠른 결정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은 단순 판매자가 아닌 고기 유통 전문가로서의 특수직업적 성격을 지닌다.

 

손질은 기술이다 – 하루 8시간의 고기 가공

고기를 가져오면 곧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갈비, 등심, 목심, 안심, 사태, 족발 등 부위별로 정형하는 과정은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한다. 특히 생고기는 실온과 체온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손질 과정에서 칼의 방향, 힘의 분배, 자르는 순서에 따라 상품성이 달라진다. 고기의 결을 따라 정확히 자르지 않으면 육즙이 빠지고 맛이 변하며, 이로 인해 손님이 다시 오지 않게 된다. 하루 평균 손질하는 고기는 150~200kg에 달하며, 칼을 드는 손에는 늘 물집과 굳은살이 박혀 있다. 이처럼 단순 노동으로 보이지만, 정육 기술은 오랜 시간의 경험이 필요한 전문 기술 기반의 특수직업 활동이다.

 

 

특수직업자의 유통 루트 – 소비자가 모르는 고기 유통의 현실

‘1차 도매’와 ‘시장 유통상’의 묘한 줄타기

사장은 고기를 도매상에게서 직접 들여올 수도 있고, 공판장을 통해 중간상 없이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도매상과의 관계에 따라 단가가 달라지며, 매입량에 따라 우선순위도 달라진다. 도매상은 가끔 재고를 끼워 팔기도 하고, 품질이 낮은 고기를 고의로 섞어 보내기도 한다. 사장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 1회 직접 육가공장을 방문하며, 거래를 끊은 도매상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고기 유통은 신뢰 기반의 인적 네트워크로 유지되며, 이는 외부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폐쇄적 유통 시스템을 운영하는 특수직업의 특징을 보여준다.

 

대형마트와의 가격 전쟁 – 살아남기 위한 편법도 존재한다

정육점 사장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인근의 대형마트다. 마트는 행사 기간 중 특정 부위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며,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반면 재래시장 정육점은 소량 고기 구매 시 단가가 높고, 광고나 유통 프로모션도 어렵기 때문에 경쟁이 쉽지 않다. 어떤 소규모 정육점은 이런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고기 무게를 속이거나, 냉동육을 해동해 냉장육처럼 판매하는 편법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사장은 “그건 결국 손님이 떠나는 지름길”이라며, 신뢰가 무너지면 시장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가격 경쟁 속에서도 윤리를 지키는 것은 특수직업으로서의 장인정신에 해당한다.

 

 

고기 소비자들이 절대 모르는 유통의 진실

냉장육 vs 냉동육 – 구분은 정말 어려운가

사장은 손님들이 냉동육과 냉장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냉동육은 육질이 쉽게 흐트러지고, 해동 시 핏물이 많이 나오며 식감이 푸석푸석해지지만, 가격이 저렴해 유혹도 크다. 냉장육은 유통기한이 짧고 재고 부담이 커 손실 위험도 높다. 일부 업자는 냉동육을 천천히 해동해 냉장육처럼 진열하며, 이는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단속은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장은 “나는 내가 먹을 수 있는 고기만 판다”는 원칙을 지키며, 자신만의 냉장보관 프로토콜을 운영한다. 이처럼 품질 관리와 소비자 신뢰를 동시에 관리하는 역량은 단순 판매업이 아닌 정직 기반 특수직업의 윤리적 역할을 보여준다.

 

한우 1등급의 진실 – 마블링보다 중요한 것

일반 소비자들은 한우의 등급을 마블링(지방 분포)만 보고 판단하지만, 실제 고기의 품질은 마블링 외에도 사료 종류, 사육 기간, 도축 후 보관 상태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일부 농가는 사육일수를 의도적으로 조정하거나, 도축 전 사료를 변경해 등급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사장은 "1등급이 맛있다는 건 반은 맞고, 반은 상술"이라며, 오히려 2등급 고기 중에도 육즙과 풍미가 뛰어난 고기가 많다고 설명한다. 그는 매일 고기를 직접 보고 판단하기 때문에, 서류보다 자신의 눈을 더 믿는다고 말한다. 이는 직관과 경험에 기반한 특수직업 전문가의 판단력을 상징한다.

 

 

특수직업자로서의 고충과 자부심

하루 12시간, 서 있는 노동

정육점 사장은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서서 일한다. 오전은 손질과 진열, 오후는 판매와 상담, 저녁은 마감과 정리다. 고기 썰고 포장하고 냉장고 청소하고 유통기한 관리하는 일을 반복하며, 손가락 관절과 허리 통증은 만성질환이 된다. 명절이나 김장철에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고도 쉬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은 “손님이 ‘여기 고기 진짜 맛있어요’라는 말 한마디면 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런 감정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특수직업 노동자의 내면적 동기다.

 

가족 경영과 세대 단절의 위기

많은 재래시장 정육점은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형태로 유지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정육업을 기피하고, 새로운 인력은 쉽게 구하기 어렵다. 기술을 전수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시장은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사장은 “10년 뒤면 내 옆 점포들도 다 문 닫을 것”이라며, 자신이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는 단순 상업 활동의 종말이 아닌, 세대 단절로 이어지는 특수직업군의 사라짐을 의미한다.

 

 

특수직업으로서 정육점 사장의 가치와 존중

재래시장 정육점 사장은 고기를 잘라 파는 사람을 넘어, 수급과 유통, 신선도와 가격을 동시에 관리하는 현장의 유통 전문가이자 식재료 품질을 지키는 최후의 수문장이다. 이 직업은 단순 기술직이 아니라, 판단력과 윤리성, 체력과 숙련도를 모두 갖춰야 하는 고난도 특수직업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동은 여전히 ‘상인’이라는 말 한마디로 축소되며, 사회적 보호나 인식도 부족한 상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기 한 점에 정직함을 담아 판매하는 이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안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 직업을 단순 자영업으로 보지 말고, 전문성과 정직을 바탕으로 사회를 지탱하는 특수직업군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